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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_서울청년칼럼 #7] 청년수당의 “성과”는 무엇인가?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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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는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과 맞닿아있는 분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2022_서울청년칼럼 을 통해 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2_서울청년칼럼 #7] 청년수당의 "성과"는 무엇인가?


- 조민서,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7년 전 가을, 서울시가 하나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취업 청년들에게 6개월 동안 50만원의 현금과 비금전 서비스를 통해 지원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이었다. 이 정책은 머지않아 청년에게 현금을 지급한다는 면모가 부각되며 “청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지, 청년에게 무슨 “수당”이라는 물고기를 주느냐는 비난이 거셌고, 이 사업은 2016년 여름 서울시가 시작하자마자 보건복지부에 의해 직권취소되고 말았다. 이듬해 협의를 거쳐 청년수당 사업은 본격적으로 첫 발을 떼게 되었고, 어느새 5년차에 접어들었다. 새삼스럽게 과거의 논란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어쩌면 서울시와 정부 간의 행정적인 다툼은 끝났지만, 과거의 청년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우리 사회에 던졌던 다음과 같은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청년들에게 무엇을, 어떤 이유로 지원해야 되는가?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와 청년활동지원센터는 해마다 사업을 평가하고 이 평가를 바탕으로 지원 방식을 가다듬어왔지만, 여전히 청년수당의 용처와 효과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청년수당”을 “논란”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검색해보면 지급된 수당의 절반 이상이 취지와 어긋나게 쓰였다는 부정적 논조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런 의심어린 시선은 결국 청년수당의 성과가 무엇이냐는 의문으로 귀결되고는 한다.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렇게 만들어진 청년수당에 대한 청년들의 경험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논문을 쓰던 나 역시도 정책 구상에 참여했던 인터뷰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청년수당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성과가 아닐까요?” 다소 엉뚱한 반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청년수당을 경험한 청년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난 후에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청년수당 지급의 정당성에 대한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지만, 이 돈을 직접 통장으로 입금받아 지출한 청년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된 테마 중 하나는 ‘현재’라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곧 돈이다”라는 격언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청년수당이라는 돈이 곧 시간이었다. 자명한 얘기지만 우리가 하루하루의 시간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시간을 대가로 스스로 벌거나, 체면을 대가로 도움을 받거나. 청년수당이라는 돈은 이런 양자택일을 넘어선 선택지가 되어주었다.


  청년수당은 나의 시간을 지출하여 얻은 수입, 고민 끝에 받은 대출, 가족에게 받은 용돈과는 달랐다. 이 특별한 돈을 회고하는 청년들의 서사에는 ‘감사하다’는 말이 등장한다. 이 감사함을 표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한 연구참여자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다. 서울시가 월마다 청년수당을 입금하는 은행 카드를 가지고 편의점에서 줄을 서 있다가, 앞에 서 있던 이름 모르는 청년이 자신과 똑같은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걸 보았다. 청년에게 무슨 현금이냐며, 떳떳하지 못한 시혜라고 낙인찍혔던 이 돈을 함께 수령하고 쓰고 있는 걸 볼 때. 익명의 동료 시민과 자신이 같은 제도에 연결되어있다는 걸 느낄 때. 그러면서 미래 언젠가 지금 자기자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을 때. 이런 순간들에 느껴지는 감정은 ‘사회’라는 말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사회’는 우리가 윤리나 사회 교과서에서 배우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이고 물질적인 방식으로 와닿는 무언가이다. ‘연대’, ‘시민’, ‘권리’ 같은 말들처럼 말이다.


  6개월 동안 청년수당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청년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개별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또 집합적으로 ‘사회’의 보장을 경험한다. 개중에는 사회로부터 보장받은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구직활동에 매진하여 취업한 청년들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원치 않는 노동을 줄이고 자신의 목표를 위한 활동 시간을 늘렸고, 누군가는 여유를 되찾고 목표를 재설정하기 위해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심리적인 무기력에서 벗어나 삶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회고하는 청년도 있다. 이 모든 경우에 “활동”의 의미와 성과를 “경제활동인구”라는 통계 범주의 경제활동, 즉 구직 및 노동이라는 틀로 포착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현재를 옭아매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미래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안정성을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보통 정책은 주어진 현실에 있는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고안되지만,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은 시행되면서 오히려 현실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다. 7년 전 청년수당 정책을 구상했던 서울시의 문서에는 ‘미취업 청년의 활동 지원’같은 표현이 등장하지만, 지원해야 할 청년의 ‘활동’이 정작 무엇인지는 이 사업에 대한 청년들의 경험을 통해 더욱 구체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수당의 성과 역시 단순히 ‘구직’, ‘미취업’과 같은 말들에 갇히지 않고 청년들이 경험했던 활동들의 의미를 염두에 둘 때 더 섬세하게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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