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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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의 고전적인 사회시스템 속에서 각 개인의 안정적인 임금 근로에 기반을 둔 경력은 희미해지고, 고용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고정된 직무 대신 일련의 프로젝트들로 구성된 유연하고 비연속적인 일의 방식은 증가하고 있다(Young & Valach, 2000). 또한 기술의 진보로 인한 삶의 질은 윤택해질 수 있지만, 경력개발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경력개발에 개인 스스로가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준비할 것을 요구하며, 동시에 일과 관련한 개인의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직에 대한 개방성 역시 보편화 되고 있다(남춘호, 2005).

 

이와 같은 급변하는 경력개발 환경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론적 설명이 시도되어 왔으나 Hall(1996)이 제안한 프로티언 커리어(protean career)는 개인의 경력개발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최근 경력개발 특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개념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Gubler, Arnold & Coombs, 2013).

 

프로티언 커리어는 개인의 경력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모습으로 스스로 변화시켜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로 국내 문헌에서는 변화무쌍한 커리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가치에 기초하여 경력을 개발하는 개인의 태도를 말하는 개념으로(Hall, 2002, 2004) 그리스의 신 프로테우스(proteus)로부터 나온 은유적 표현이다.

 

이 개념은 전통적인 방식의 경력모델인 하나의 일을 일평생 수행하고 은퇴하는 단선적인 루트에서 벗어나 일생동안 다양한 형식의 경력개발을 시도하고 동시다발적이며 복잡한 경력 루트를 그리는-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방식-의 경력을 관리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프로티언 커리어는 경력개발에 있어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환경과 맥락에서 개인의 자유와 성장을 핵심가치로 하여 주관적인 성공을 강조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력개발에서 중요했던 금전적인 수입이나 지위 그리고 외적인 목표보다는 개인에게 만족스럽고 흥미를 주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주관적인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승진, 보상 등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객관적 경력 성공보다는 자부심이나 성취감 등 본인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는 주관적 성공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2가지 요소로 자기주도적 경력관리(self-directed career management)와 개인 가치지향(value-driven)은 필수적 태도 요소이다.

 

그렇다면 프로티언 커리어를 위해서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Hall(1996)은 프로티언 커리어 태도를 갖추는데 필요한 두 가지 역량을 제시하였는데 한 가지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분명한 감각인 자기 인식(identity awareness)과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인 적응성(adaptability)을 제시하였다.

 

경력을 관리해 나간다는 것은 일을 통해 자기 개념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기에 자기 이해의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또한 적응성(adaptability)은 진로 장벽이나 환경의 제약 등을 만났을 때 효과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일생 동안 경력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변화들에 원만히 대처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간단히 말해 프로티언 커리어 태도에서 강조하는 자기인식과 적응력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지속적인 배움이 수반될 때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혁신에 따라 미래 일자리와 고용의 형태 그리고 개인에게 기대하는 역량도 변화할 것이며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진로설계의 역량은 모든 세대에게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는 것이기에 성찰력과 평생학습의 태도는 중요해 진다.

 

최근 활발한 논의의 긱 이코노미(Gig Economy)’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를 의미하는데 과거에는 필요할 때마다 고용하던 재즈 클럽의 연주자들의 일거리를 의미하는 일시적인 일에서 유래된 용어였지만 현재는 프리랜서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직무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하나의 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초단기 계약형태의 공급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시적으로 고용돼 고객이 원하는 노동을 제공하고 수입원을 창출하는 전문 직업인들을 아우른다.

능력만 갖춰진다면 더 이상 집단화된 전문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역량을 갖춘 사람들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용의 형태가 다변화 되고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지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프로티언 커리어의 자기주도성과 자발성에 근거한 경력개발의 태도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04Daniel PinkFree Agent Nation라는 책에서 조직 인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프리-에이전트를 소개한 이래로 이제는 하나의 직장에서 직선적인 경로를 따라 승진하거나 정년까지 한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막연한 꿈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은 자신의 필요, 동기, 능력, 가치, 관심 등 자기정의(self-definition)의 핵심 요소들을 명확히 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위해 평생학습의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불안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시대에는 확실한 예측을 하려고 할수록 무력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그보다는 변화에 뛰어들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편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경력계획을 세우고 보장된 것이 무엇인가에 골몰하기보다는 프로티언 커리어 태도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탐색하거나 개인의 성장을 도모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 정답을 찾으려는 시도보다는 나에게 의미있는 성장을 재정의하고 그 목표지점을 향해 자기 주도적으로 나아갈 때 우리 삶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성공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