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8 15:13
561

생생한 타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 회의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화면 속 칸칸이 자리한 얼굴들을 보며 나누는 가벼운 인사는 오늘의 날씨가 아니라 오늘의 확진자 수로 바뀐 지 오래다. 그래도 주변에 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낯설다. 숫자로만 인식하던 확진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화면 속에서만 만나고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다가 처음 만나게 되면 빨리 친해지는 것 같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냥저냥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과 같다. 스피커를 거치지 않은 목소리, 납작한 화면에 눌리지 않은 얼굴과 몸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동안, 감염으로 고통 받는 누군가는 숫자가 되고, 같은 장소와 시간 속에 있어야 할 생생한 타인은 화면에 갇힌 게 아닐까?

온라인에서 머뭇거리는 유대감이 직접 만나니 더 증폭

“(연구 참여자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연구보고서04 〈30대 미취업 청년 현황 및 특성분석 보고서〉에 실린 정책 제안 중 하나이다. 2019년 2월에 발행된 연구보고서여서 코로나19 이전의 제안이지만, 마침 올해 센터의 어슬렁반상회 프로그램이 온/오프라인이 섞여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독서나 악기연주 같은 모임을 진행하다가 거리두기 1단계로 조정되면서 실제 만남을 진행하는 식이다.

‘가끔은, 책읽기’라는 독서모임을 진행한 권경덕 청년반장은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한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상반신으로 만나다가 전신으로, 평면으로 만나다가 앞뒤좌우로 만날 때의 입체감도 재밌었어요. 뭐지, 이 묘한 느낌? 꿈인가? VR? AR?”

온라인으로 느낀 답답함이 오프라인에서 해소된다는 참여자도 있는가 하면, 실제로 만나니 화면 속에 조용한 모습과 달리 개그 욕심이 넘치는 참여자도 있었다. 서로가 화면을 뚫고 나온 것 같아 신기했다.

온라인에서 소통할 때 익혔던 에티켓은 직접 만나서도 유지됐다. 가장 큰 장점은 경청이다. 오디오가 겹치면 들리지 않는 온라인 모임의 특성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을 익숙하게 했다. 권경덕 청년반장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중 무엇이 더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이 사람들이 관계 맺기에 더 자연스러운 방식임을 느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머뭇거리는 유대감이 직접 만나니 더 증폭됐다.

원하든 원치 않든,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관계 맺는 방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숫자와 화면 너머의 타인을 만날 때만이 답답함도 해소되고, 개그 욕심도 난다. 아직 우리는 만나고 연결돼야 생기가 돈다.

조기현

2017년부터 3년간 청년반장으로 어슬렁반상회 ‘자취영화’, ‘내 생애 한 컷’을 진행했다. 2018년 청년수당에 참여했다. 무언가 읽고 보는 시간들이 삶의 동력이 됐다. 누군가의 삶의 연료가 되고 싶어서 무언가 찍기도 했고 쓰기도 했다.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 영화 <건설의 벽>, 공연 <취업의 카프카> 등이 그 결과다. 서울시 청년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메일: ruaendrlgus@naver.com

커버 일러스트. @yal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