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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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생기있게 만드는 나의 작은 부업



여기 어떤 사람들이 있다. 번역가이면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고, 연극배우이면서 대리운전을, 요리사이지만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사람들. 이른바 프로 부업러. 취미가 일이 될 수 없고, 일이 취미가 될 수 없다면 ‘취미같은 일’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은 일상의 작은 돌파구가 아닐까? 이들에게 부업은 취미이자, 재미,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본업보다 적은 스트레스와 낮은 업무 강도로 짭잘한 부수입을 올리는 재미를 주는 ‘또 하나의 일’이다.  이런 선택은 몹시 부지런한 삶의 태도를 요구하지만 그만큼 삶을 에너제틱하고 능동적이게 해준다. 




하나의 사례, 요리사의 에어비앤비

“저희 루프탑에 놀러 오세요!”라고 하길래, “와 좋은 곳에 사시네요.”라 생각했다. 그랬더니 원래는 집이었는데, 지금은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의 직업은 요리사다. 레시피를 개발하고, 메뉴를 짜주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는 일이다. 에어비앤비는 그녀의 취미이자 부업이다. 돈이 더 필요해서 에어비앤비를 하는 건 아니고, 일단 남는 공간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해방촌에 있는 그녀의 에어비앤비는 외국인 손님만 받고 있는데, 찾아오는 손님들이 원하면 루프탑 파티를 연다고 한다. 그녀의 요리가 메인으로 서브 되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요리, 음식재료, 레시피의 팁도 얻는 상부상조의 시간이라고 한다. 바쁘지 않느냐고 했더니, 안 바쁜 만큼만 하면 된다고 웃어 보인다. 요리사와 에어비앤비. 참 안 어울리는 동행 같지만 그녀의 삶 안에서 조화로운 하나이다.




두 번째 사례, 연극배우의 대리운전

대리운전은 이미 너무 흔한 일이다. 주로 음주한 뒤에 이용하게 되는 대리운전이기 때문에 ‘단골손님’의 개념도 종종 생긴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하고 있는데, 잠을 조금 쪼개야 하는 어려움 빼고는 운전면허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때 하고, 하기 어려울 땐 쉬어도 되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한편, 수입이나 일정이 일정하지 않은 일을 하는 배우, 프리랜서, 디자이너 등들도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이기도 하다. 주로 밤늦게 하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하기 좋은 부업이 아니라는 것이 단점이랄까. 대리운전을 부업으로 하는 연극배우에게 어떠냐 물으니 “운전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고, 사람들의 이런저런 넋두리를 듣는 것도 인물 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초긍정의 답변이 돌아온다. 





세 번째 사례, IT업계 직장인의 아마존

올해 35살, 판교에 있는 IT업계에서 7년 째 근무 중인 그는 아마존 셀러다. 쉽게 말해 개인 사업자 자격으로 미국 웹사이트 아마존을 통해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사업을 할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당장 그만 둘 수는 없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중 부업에 관해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아마존 셀링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해외 사이트인 만큼 해외 유통 정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기반 잡기가 힘들지만 어느 정도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는 약간의 노력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지금은 더는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예비 부업 후배들을 위해 조언하자면, 처음부터 절.대. 크게 시작하지 말고 딱 10개로 시작하라고 하겠다.  또 본인이 정말로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지치기 쉬운 환경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공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유통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해 봤다는 것은 부수입보다 더 큰 수익이니, 이 점도 까먹지 마시길.





네 번째 사례, 번역가의 푸드트럭

낮밤이 바뀐 채 살던 번역가 친구는 요즘 주말이면 새벽에 일어나게 됐다. 십년, 아니 이십년 가까이 올빼미였던 그의 새벽잠을 빼앗은 건 다름 아닌 새롭게 시작한 부업이라고 한다. 너무나 의외였던 그 또 하나의 일은  ‘푸드트럭’으로, 친구 두 명과 함께 창업 개념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자기 외에 다른 친구 두 명이 하던 일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푸드트럭 창업을 했는데, 평소 요리도 좋아하고 시간도 많은(?) 자신을 팀원으로 영입하여 주말에만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 요리를 좋아했었나?”라고 물었더니,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와 씨름하는 일만 하다가, 푸드트럭에서 요리를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몸으로 하는 일을 하니 그동안 답답하던 뭔가가 뻥 뚫린 것 같다고, 불앞에 있을 때나 손님들이 모여들 때 정신이 쏙 나가버리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참 이상한 희열도 다 있군’이라 생각하면서도 책상 앞에서 하루 열 몇 시간씩 보내며 변비와 수면 부족을 달고 살던 그를 떠올려보니, 그도 그렇겠구나 싶다.


지금까지 네 가지 사례로 네 가지 부업을 소개해보았다. 부업인들의 열띤 간증을 들으니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기술이 없어서 혹은 솜씨가 없어서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니 시간이 없어서는 핑계가 되지 못하겠다. 평소에 좋아하던 일에 ‘부업’이라는 이름으로 슬쩍 한 다리 걸쳐보고 싶은 마음. 늘 비슷하게 구성되는 일상에 새로운 일과가 하나 생긴다면, 삶이 좀 더 생기있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