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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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보고 싶은 그곳으로, 딱 한걸음 먼저.

2019 현장체험학교


현장체험학교는 진로이행기에 있는 청년들이 궁금하거나, 진입해보고 싶은 분야의 업무와 분위기를 경험해볼 수 있게 하는 일경험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19년에 탄생한 따끈따끈한 이 사업은 올 상반기 성공적인 운영을 마치고, 하반기 프로그램을 이제 막 시작한 참이다. 이미 진로를 결정하거나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서기 전인 청년들이 미리 현장에 다가가, 현장의 사람들을 마주하며 동종 업계에 관심을 가진 파트너들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사업 담당자인 오정은(유랑), 현장멘토인 공간 사일삼의 김윤익, 심혜린 님께 현장체험학교의 이모저모를 여쭤보았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 다가가가고 싶은 방향으로 한걸음 내딛는 청년들이 그 분야의 표현법을 익히고, 소통하는 방식을 체험해보는 것이 현장체험학교의 목표이자 결실임을, 세 분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PART 1. 

사업담당자과의 대화


사업담당자 유랑님, 안녕하세요! 현장체험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일경험지원팀에서 현장체험학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오정은(유랑)입니다. 현장체험학교는 2019년 신규 사업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를 ‘멘토’로, 멘토가 일하고 있는 일터를 ‘현장’이라 지칭하고, 멘토의 현장에서 멘토링 받으며 나와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참여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협업 과정입니다. 청년이 본격적인 진로 탐색과 업무를 경험하기 전에 관심 있던 현장을 체험해보고, 멘토를 만나 일과 연관된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죠.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뤄지는 사람들간의 소통 경험에 의미를 두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장체험학교 사업 담당자 오정은(유랑)이 상반기 공유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9년에 시작한 신규 프로그램이라 들었습니다. 어떤 취지와 목적으로 탄생되었나요? 


현장체험학교는 특히 ‘진로 이행기 청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로이행기란,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하게 진로를 모색하고 탐구하고 있는 상태의 청년을 말합니다. 일경험지원팀에서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사회혁신청년활동가 양성사업(뉴딜 일자리)같은 경우, 어느 정도 진로분야를 결정한 분들이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약 11개월 동안 그 분야에서 일경험을 하게 되죠. 저희 팀은 이보다는 부담 없이 일을 체험해볼 수 있는 ‘마중물 형태’의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체험단’이란 이름으로 멘토의 현장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현장 감각을 익히게 됩니다. 상하반기 모두 일주일에  두 번, 하루 세 시간씩 진행되고 있어요. 그 동안의 과정을 공개하는 ‘현장체험단 공유회’도 있었는데, 다른 체험단의 사례를 듣고, 작품을 전시· 판매하기도 하면서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로 이루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상반기에는 청년수당 참여자 외에도 다양한 전공과 연령대의 청년이 참여했습니다. 관련 현장에 어느 정도 사전 정보가 있고 프로그램을 통한 성취목표가 뚜렷한 분도 있었고, 그보다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신청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 다른 정보와 지식을 나누면서 시너지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요. 


상반기 참여 현장 4곳의 로고이미지가 활용된 포스터



멘토의 공간인 현장에 찾아가는 것이 현장체험학교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반기에 함께한 공간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현장의 일을 체험해보고, 협업을 통한 소통을 경험하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인 만큼, 현장체험학교는 일방향의 강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지요. 활동비가 지원되는 것은 아닌지라 프로그램의 특성상 인턴십처럼 직접 일을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일의 현장을 실견(實見, 실제의 형편을 보는 것) 해보는 기회를 커리큘럼 속에 담고 싶었어요.

상반기에는 소규모 자주출판을 지원하고 유통하는 종로구 통의동의 독립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출판유통 체험단),  사회운동을 실천하면서 스크리닝, 공연, 전시, 워크숍 등 행사를 열고 있는 성북구 월곡동의 카페 ‘인포숍카페별꼴'(문화행사 체험단),  현대미술 담론을 활발히 생성하고 있는 전시공간 ‘아카이브 봄’(시각예술 체험단), 장애인, 청소년, 어린이 등에게 문화와 인문학적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연구하는 그룹 ‘비기자’(소통제작 체험단). 이렇게 네 곳이 현장으로 섭외되었습니다. 비기자의 경우에는 활동거점이 경기도 수원의 경기상상캠퍼스라, 접근성을 생각해 혁신파크 공간을 대관해서 진행했고,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상상캠퍼스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멘토가 실제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반응이 좋았습니다. 다른 현장의 경우에도 주제에 따라 경기도 파주의 타이포그라피학교에 방문하는 등 장소의 이동이 있었고 좀 더 많은 현장을 방문하고 여러 관계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사례로 호평받았습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출판유통체험단이었던 더북소사이어티가 공동출판체험단으로, 문래동의 신생전시공간인 공간 사일삼이 소통창작체험단의 현장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멘토’인 것 같은데요. 저 또한 평소 궁금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멘토로 참여하셔서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분들을 멘토로 섭외하고자 하셨나요?   


먼저 현장체험학교의 멘토로 섭외된 분들이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전문가들이라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걸 강조해서 홍보하진 않았다는 점도 말하고 싶어요.(웃음) 섭외시에는 무엇보다 멘토로서 참여자를 이끌 수 있는 전문성과 현장의 역동을 공유할 수 있는 강의력이 있는 분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기업이나 조직에 속한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청년들을 현장에 초대하거나 기획을 꾸리기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공간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또 전문성과 공간이 있다 하더라도 현시대 청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는 분, 혹은 스스로 청년의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좋은 멘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외에 워크숍, 체험 등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던데요, 커리큘럼은 멘토가 전적으로 기획하고 구성하게 되는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멘토와 공간을 섭외할 때부터 어떤 주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함께 논의했고 얼마만큼의 기간, 몇 회차의 프로그램으로 할지 사전에 센터와 조율을 하지요. 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여자의 특성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해가면서 수정 및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문화·예술쪽 멘토와 공간으로 세팅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전문분야인 만큼 섭외가 쉽지 않았을 듯한데, 섭외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네. (웃음) 초반에는 다양한 현장을 열어두고 섭외하는 것을 생각했는데요. 앞서 멘토의 조건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반적인 직장은 해당 직장의 직원이 아닌 외부에서 온 청년이 현장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장소로서 마땅치 않고, 기존 업무에 더해서 청년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만한 조건이 되기 어려웠어요. 그런 점을 고려해서 독립적인 공간을 운영하는 출판과 제작, 문화 활동과 미술 분야로 상반기 체험 현장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상반기 현장들은 서로 ‘문화’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면서도 개별적인 특성들이 존재했었고, 하반기에는 의도적으로 문화예술 현장을 부각했는데요. 상반기 진행을 해보니 사업의 목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커뮤니티'나 '우리'를 말하기에 앞서 '나'를 알고 '나'를 표현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공감하는 데는 문화와 예술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반기 현장은 그 점을 부각하게 되었습니다.


상반기 공유회에 ‘출판유통 체험단’ 참여자들이 만든 독립출판물이 전시되어 있다


하반기 프로그램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했겠네요.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상반기 프로그램을 해보면서 누군가로부터 ‘지지 받는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올라가는 경험이 중요하단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현장의 멘토에게 지지받고, 함께 활동하는 참여자들로부터 공감 받는 일이 생기다 보니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게 되고 타인의 이야기를 궁금해했어요.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의 역동이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현장을 구체적으로 좁혀 얘기해보면 상/하반기 연속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 ‘더 북 소사이어티'인데, 상반기 때는 ‘출판유통 체험단’이라고 해서 책을 직접 만들어보고 서점에 유통하는 과정을 체험해보자가 주된 의도였다면, 하반기에는 ‘공동출판 체험단’으로 하나의 책을 공동으로 제작해보는 과정을 주된 방향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상반기 참여자들이 남긴 후기들


지난 상반기 진행해 주셨던 기억에 남는 멘토의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출판유통체험단의 임경용 멘토가 해주신 말씀인데요. "책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는 과정에서 창작자는 감정적인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동시에 여러 명이 함께 책을 만드는 과정의 속성상 서로의 작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비판과 격려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일시적인 출판 공동체는 앞으로도 작업을 할 때 든든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는 감정적인 치유의 경험과 일시적인 공동체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하반기 현장중 한 곳인 소통창작체험단으로 자리를 옮겨, 현장멘토를 만나보겠습니다.






PART 2. 

2019년 하반기 현장멘토와의 대화


하반기 현장체험 멘토를 맡은 심혜린(좌) 김윤익(우) 작가



공간 사일삼을 운영하시는 김윤익, 심혜린님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및 공간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공간 사일삼을 운영하는 김윤익, 심혜린입니다. 미술가가 본업이고, 공간 사일삼은 작업실이에요. 그러면서 동시에 유휴 공간을 외부에 공개해서, 작가들의 전시나 기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획자로서의 포지션이 생긴 것 같아요. 2009년에 이 공간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10년 정도가 흘렀네요. 공동작업실이었다가, 공유 작업실 및 전시공간이었다가, 지금은 조금 더 폭넓게 ‘미술공간’으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리엔테이션과 첫 수업은 이미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일 텐데, 앞으로의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작업도 하고, 기획도 하는 사람들로서 문화예술을 통해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이것만으로는 아쉬워서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미술 작업을 같이 체험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취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미술을 통해서, 말이 아닌 방식으로 내 의견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같이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미술을 통해 사회와 부드럽게 연결되는 법을 시도해보는 것이죠. 그래서 창작 워크숍을 준비했는데 직설적이지 않고 열려있는 화법이 추상미술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 다 함께 협업 작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공간 사일삼의 입구. “Artist Run Space 413”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제공: 공간 사일삼)



추상미술이라고 하면, 낯선 장르에 대한 체험이기도 할 텐데요. 어떤 참가자들이 모객되는지가 중요했을 것 같아요. 


꼭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 참여자들을 국한하고 싶지 않았어요. 단계가 있거나 체계적인 미술 수업을 지향하는 건 아니거든요.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으면 일단 잘 그린다, 못 그린다로 나뉘고 못 그린다고 생각하게 되면 미술과 관련된 모든 걸 접잖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표현의 수단으로서의 미술, 표현했을 때 내 상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미술을 경험해보게 만들고 싶었어요. 모두에게 열려있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모집 요강에 ‘시간을 느리게 쓰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썼어요.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참여자들이 어떤 변화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특별한 능력을 획득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간도 길지 않고요. 능력을 개발한다기 보다 저희 워크숍에서 핵심으로 생각한 소통의 방식, 나의 느낌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덜 어렵게 느끼게 된다면 좋겠어요. 작업에 비유하자면, 연결된 이미지 없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조율하면서 화면을 만들어나가는 그런 체험을 하길 바랐어요. 


현장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될 공간 (사진제공: 공간 사일삼)



미술 작업실로의 정체성이 있는 공간에서 공동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초점인 줄 알았는데 말씀을 듣고 나니, 표현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를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맞아요. 그림 그리기 기술을 배우는 건 재미도 없고, 사실 중요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소통창작 체험단만의 자랑거리가 있을까요? 


입주작가가 한 분 계셔요. 어제 전시를 오픈해서 현장체험학교 기간 한쪽에서 전시가 이뤄지고 있어요. 일종의 새로운 자극이자 환기가 되는 체험으로, 아티스트 토크처럼 작업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보통의 아티스트 토크는 작품의 의미라던가 작품 이야길 주로 하잖아요. 저희는 한 명의 작가와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편하게 대화를 나눴어요. 


남은 시간 동안 참가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 공간을 처음 시작할 때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때를 돌이켜 보면 뭔가 해보려고 해도 기회가 없었고, 발판도 없었던 것 같아요. 10년 ~15년 전 일이지만, 한국 사회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오히려 더 어려워진 부분도 있고요. 미술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직업군의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이 사회와 타협점을 찾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왔던 것들이 현재를 후회하지 않게 하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 뭔가를 해볼 때, 단 한 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목소리로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참 소중하거든요. 물론 기회가 부족하지만, 나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는 이야길 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