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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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뭘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가슴이 답답한데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막막하다'. 이 단어에는 ‘쓸쓸하고 괴괴하다', ‘의지할 데 없이 외롭다.’ 또는 ‘막힌 것 같이 몹시 답답하다', ‘아득하고 막연하다'는 의미가 있다.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아득하고, 쓸쓸한 그 마음이 찾아들면 어찌할 바 모르는 우리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친구를 찾거나, 선배나 지인을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뾰족하게 읽어내진 못한다. 그러다보면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나자신 뿐일까 생각하며 홀로 침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두드려볼 곳이 하나 있다면, 어깨를 슬쩍 기대어 볼 곳이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빨리 침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상담사와 함께 이런 나를 이해하고, 읽어주는 시간. 그리하여 결국 안녕해지는 ‘일대일마음상담’을 경험한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희재 (이하 조):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청년수당에 참여했던 조희재입니다.


임새벽 (이하 임): 저도 2018년 청년수당 참여자고, 임새벽이라고 합니다.


Q. 어떤 계기로 마음상담을 참여하게 되셨나요? 당시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나, 상황을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 실은 문자를 받고 ‘이런 프로그램도 있구나' 싶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큰 의미를 두고 신청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 취업 준비 중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궁금했었거든요. 마음상담을 통해 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 수 있어, 매일 색다른 나를 보러간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어요. 저 스스로 마음에 관해 공부했던 것도 많이 물어봤고요. 


Q. 어떤 이야기들을 중점적으로 나누셨나요? 


조: 상담 첫 날,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상담사 선생님이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게 뭐고, 싫어하는 게 뭔지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주셨거든요. 질문을 받고 제 취향을 돌아보게 됐어요. 그런 걸 기대하고 가진 않았는데, 그때 처음 ‘괜찮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심리테스트를 하다 보면 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처럼요. 


임: 저는 학창시절부터 우울증이 있었어요. 정확히 언제부터였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꽤 오랜시간 우울감에 빠져있는 상태였는데, 섣불리 밖으로 손을 내밀 용기도 없었고, 심리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겨 그동안 겪었던 우울증과 관련해 본격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었어요. 


Q. 사전 질문지를 통해 새벽님은 전에도 심리상담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하셨지요? 언제였나요? 


임: 저는 중학교 3학년쯤에 처음 심리상담을 받았고 작년이 두 번째였어요. 



2018 청년수당 일대일마음상담에 참여한 조희재, 임새벽님


Q.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심리상담과 그 전에 경험했던 상담이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임: 청소년기에 받았던 것은 한 번 가고 안 갔었어요. 가정 문제 때문에 우울하고 절망감을 느꼈는데, 상담이 더 진행되려면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상담받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부모님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Q. 희재님은 처음 받은 심리상담이셨을텐데, 어떠셨나요? 


조:  저는 청년수당이 끝날 때쯤이어서 여섯, 일곱 번쯤 받았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상담에 대한 선입견이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건 내가 받을 게 아니야’ 같은 식으로요. 그런데 받아보니 마냥 지루하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들이 구체화 되기로 했고요. 20대가 많이 고민하는 진로나 연애에 대해서도 인생 선배의 관점을 들을 수 있었고요. 이런 건 부모님과 이야기 못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것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새벽님은 어떠셨어요? 상담사분과 나눈 대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임: 제 머리 속에 절 괴롭히는 말들이 상당히 많고 복잡했어요. 이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많고, 왜곡된 것도 많거든요. 외부에서 온 강요와 억압 때문에 생겨난 생각과 원래 제 생각을 구분해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만드는 프로세스가 있었는데, 그런 지점을 전문가 입장에서 알려주셔서 스스로 제 생각을 검토해볼 수 있었어요. 


Q. 상담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임: 상담사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상담소에 갔어요. 시간은 대략적으로 1시간 정도였고요. 상담사 선생님은 녹음기를 켜놓고, 제가 하는 말들을 노트하면서 이야길 들어주세요. 


조: 저는 스터디룸 같은 곳에서 했는데요. 상담사 여러명이 같이 쓰는 공간 같았어요. 4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에서 둘이서 이야길 나눴어요. 저희도 보통 1시간 정도였는데 대부분 길어졌어요. 앞 타임 분들도 한 시간을 종종 넘기시더라고요. 


Q.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 회차에 걸쳐서 만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담사분과 긴밀해질것 같은데 마무리 할 때쯤 되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상담을 어떻게 마무리 짓나요? 


조: 저는 그때가 한참 면접을 볼 때라 과거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시 봤던 면접 이야기도 했었고, 마지막 회차라고 아주 거창하게 마무리하진 않았어요. 나중에 상담받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면서 끝났어요. 끝이라기 보다는 언제든지 오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임: 저는 13회 상담을 받고, 14회를 기약하면서 끝이 났어요. 


Q. 일대일마음상담을 통해 제일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 제 상담사 선생님은 실제로 기업 면접관으로도 활동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면접관의 심리도 잘 아시더라고요. 면접가서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비언어적인 행동들, 에티켓이나 제스쳐들을 알려주셔서 활용했어요. 예절 같은 것도 알려주시고요. 또 저의 이런 점을 장점으로 이야기해보라고 알려주셔서, 실제 면접에서 많이 시도했었죠. 


Q. 새벽님은요? 도움이 되었거나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임: 저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 거요. 스스로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스스로 힘들 때 나오는 패턴들이 있는데, 그게 나름대로 저를 위로하는 방식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비겁해보이거나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저 스스로를 위한 ‘위로’였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또 나를 괴롭히던 말들이 되게 모순적일 때가 많은데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자기에게 질책을 많이 하는 편이었구나 하는 점들을 인식하게됐어요.


Q. 조금은 편안해지신 거겠죠?


임: 그래서 저는 상담을 더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런 패턴은 수 십년간 내재화된 거라, 상담 몇 번으로 금방 고쳐지는 게 아니라서요. 


Q. 반대로 아쉬웠던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조: 시간이 짧은 거요. 그리고 그때 이야기 나눴던 것들을 기록했으면 좋았을 걸 싶어요. 그랬다면 지금까지 더 잘 기억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가요.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면 끝나는 게 많이 아쉬웠어요. 할 수만 있다면 한 시간 반 정도로 늘리면 좋을 것 같아요. 


임: 상담을 받는 게 감정적으로 되게 힘들어요. 당사자로서 굉장히 힘든 기억을 꺼내놓다보면 그때의 감정도 올라오더라고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상담을 받으면 머리가 아플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길게 하는 게 안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좋은 말씀이네요, 상담사분께서 어떤 식으로든 장치를 마련하시지 않았을까요? 


조: 새벽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의 힘들거나 안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걸 잘 끌어낼 수 있게 유도해주시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라든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림 그리듯이 묘사해보세요' 이렇게요. 그 순간은 되게 힘든데, ‘그때 이런 적이 있었지,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해야겠다’ 라고 마음 먹게 됐어요. 그동안 아파서 일부러 잊고 있었던 것들을 꺼낼 수 있었고, 그걸 다시 절 위해 쓸 수 있었어요. 기뻤던 기억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Q. 상담 이후 어떤 점이 달라지셨나요? 


조: 저는 스스로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담을 받다보니 좋아하고 싫어하는게 확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임: 상황을 바라보는 상담사님의 시각이 제 마음에 생겼어요. 상담할 때 상담사께서, 상황을 제3자의 입장에서 묘사해주시거든요. 그걸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대입해 볼 수 있는 거죠. 


Q. 마음상담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조: 어디가 아플 때만 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아프지 않아도 진찰을 받아볼 수 있잖아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대신 가서는 자기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해요. 그러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거예요.


임: 상담을 주저하고 있다면 아마도 누군가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는 상황이 어색하거나, 털어놨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자신에 대한 평가나 원치않은 충고, 조언처럼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다면 온라인 상담을 먼저 권하고 싶어요. 


Q. 온라인 상담은 어떠셨어요?


임 : 좋았어요. 온라인에서도 깊은 이야길 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주저하는 분들에게는 훨씬 편할 수도 있을 거예요.


Q. 그건 얼마만에 답변을 받을 수 있어요?


임 : 저는 7일 정도 이내였어요. (*하이데어 온라인상담은 7일 이내 마음친구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임: 저는 어릴 때 많이 다쳐서 간호실을 자주 갔어요. 간호 선생님은 매번 바뀌었지만, 늘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상담사를 만나는 것도 학교 간호실 가는 것처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병원 보다 딱딱하지 않으니 무겁지 않게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조: 생각보다 문턱이 낮고, 누구나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상담사 선생님들은 편견없이 우리를 자유롭게 받아들여주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런 기회를 주셔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