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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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당신의 마음날씨는 어떤가요?


박지예(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마음건강지원팀장)

 

#1. 서울 한복판에서 밥상을 뒤엎다.

2018년 5월, 청계광장에서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가득 모인 청년들이 큰 소리를 외치며 밥상을 뒤집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8 청년 스트레스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한 ‘제 1회 밥상 뒤집기 대회’ 풍경이었다. 주최측인 <한국문화예술조직 아야어여>는 가부장제의 부정적 전유물인 ‘밥상’을 뒤집음으로써 금기에 도전하고, 불합리적인 현실을 전복하려는 의미를 담은 대회라고 전했다. 대회 우승자는 누구였을까? ‘학교를 그만두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대학생’이었다. 이어서 ‘통금을 풀어달라고 외친 빡침러’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2. 청년 스트레스, 어디까지 높아질까?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 (김기헌 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7)에 따르면 청년의 스트레스 비율은 20대의 경우 2007년 28.0%에서 2015년 36.9%까지 증가하였으며, 30대도 같은 기간 28.0%에서 38.7%로 늘어났다.

 

#3. 아파서 아프다고 말해본다

진로준비 과정에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선호를 조사한 <자치단체 청년지원 프로그램 사례연구> (고용노동부, 2018)에서 핀란드(헬싱키) 청년과 우리나라 청년의 욕구를 비교해볼 수 있다. 진로준비과정에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일과 경력’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는 34.5%, 34%로 두 나라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반면, ‘건강 심리’ 프로그램의 선호도는 국가 간 차이가 크다. 핀란드는 9%, 우리나라는 23.3%로 우리나라 청년의 욕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림1] 중앙정부 및 지자체 청년센터의 운영상담 프로그램 선호 의견



[그림2] ‘답답함 (사장, 상사, 야근, 철야, 보고서, 주말출근) -> 시원함(퇴사)’ 이미지




[그림3]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이미지

 


도망치면 끝나는 것일까

이러한 실태를 반영하듯,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소위 ‘짤방(자투리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까? 진로준비 과정에 놓인 사람이 취업을 하면, 격무에 시달리던 사람이 퇴근을 하면, 지속되는 과노동을 하던 사람이 퇴사를 하면, 온전히 괜찮아질 수 있을까?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방법을 찾는 중에도 혹은 벗어난 후에도, 계속해서 드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버티면 괜찮아질까 

도망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아는 청년들과,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고 싶은 청년들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밥상을 뒤엎는 것도, ‘마음건강 돌보는 게 필요해요’라고 호소하는 것도 그 증거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며, 청년들도 쉽게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 접수된 질문을 살펴보자. 마음건강 관련 조사에서 ‘이 정도의 고민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되는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마음건강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낄지언정 상담은 ‘마음이 많이 아파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가는 곳’, ‘고가여서 접근하기 힘든 곳’,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므로 시간이 많이 드는 곳’ 이라는 인식이 있어 접근하기 어려워했다. 마음건강프로그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물리적 장벽에 막혀 혼자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 버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는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버틸 힘이 원래 없었던 사람, 이미 버틸 만큼 버텨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는 사람에겐 특히 어려운 일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심리적 힘의 크기와 무관하게 누구나 자신의 스트레스와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창구가 필요하다. 정서적 어려움이 커지기 전에 창구에 접속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


 

도망치지 않고 홀로 버티지 않게 하는 ‘온라인고민상담소’를 소개합니다. 

청년 누구나 동등한 접근권을 갖는 창구가 있다면 어떨까? 서울시는 마음건강에 대한 청년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서비스 접근성의 간극을 줄이는 시도를 시작했다. 일례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는 온라인고민상담소 ‘hi,there’를 2018년 7월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청년 누구나 접속하여 고민 사연을 남기고 온라인고민상담사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는데, 참여자들의 후기에서 문턱낮은 심리적 창구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4]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온라인고민상담소 ‘hi, there’ 메인페이지 캡쳐 화면



"기댈 곳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때,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나의 고민에 대해 ‘함부로, 멋대로’ 접근하고 생각하여 답변한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당신의 고민을 100% 이해하고 공감해요 혹은 그건 이렇게 하면 돼요 라는 식의 답이 아닌 찾아보니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또는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런 고민과도 맥락이 비슷한가요? 라는 식의 대답이 나에게 정확한 답보다 더 큰 의미의 화답으로 다가왔다."


"직접 만나서 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 내가 필요한 순간에 글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고민상담소 ‘hi, there?’ 참여자 후기

 

온라인고민상담소 참여자들은 고민상담사인 ‘마음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의 비지시적이고 비판단적인 답변에 위로를 느낀다고 했다. 또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플랫폼의 존재에 안정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상담소의 재방문율은 20%에 가까운데, 접근성 높은 일상적 상담 창구의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다. 청년의 현실을 반영한 온라인 상담 플랫폼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상담 환경 조성이 청년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가랑비에 젖지 않도록 청년들에게 ‘일상적 해소창구’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스트레스와 정서적 어려움을 야기하는 사회구조의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당장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 차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적극적으로 일상적인 해소창구를 확대해 청년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각자가 갖고 있는 고민과 스트레스가 서서히 삶 전반에 스며들면 상처가 되어 곪을 수 있다. 그 전에 지금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통해 청년이 일상적으로 마음을 돌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