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단

 

어슬렁 슬쩍~ 김자연 청년반장을 만나다.

 

2016.10.15  청년기자단 푸를래  천영호 기자 cooker7sanzi@naver.com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2011년쯤인가 피처폰에서 스카이사(社)의 ‘미라클(상품명)’로 휴대전화를 바꿀 때는 스마트폰이 이처럼 대중화되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울리는 친구들 중에는 그래도 아날로그 감성이니 하면서 피처폰을 고집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는 지금 무리 중에서 가장 얼리 어댑터이다. 무상급식 또한 먼 훗날의 얘기 같았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이 자신의 직(職)을 걸 때와 달리 2016년에는 경상남도를 제외하고는 제법 당연하고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청년활동지원금과 비금전적 지원으로서의 어슬렁 반상회 같은 커뮤니티 역시 현재로서는 ‘대안’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스마트폰이나 무상급식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듯 머지않아 제법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그 가능성을 광진구 청년반장과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비 오는 토요일 건대. 동네에서 제법 오래 지낸 사람만 알고 있을 것 같은 안락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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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호 기자(이하 ‘천’) : 최근 광진구 지역 반상회 한 것 봤다. 무엇보다, 어떻게 청년반장으로 참여하게 됐는지가 궁금하다.

김자연 광진구 청년반장(이하 ‘김’) : 안예슬 권역 매니저와 광진구에서 청년네트워크라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2014년부터 같이 해서 알고 있는 사이였다. 반장 자리가 비게 되어 내게 제의가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청년이 되고 싶어서 청년이 되는 것도 아닌데, 청년수당이 당연히 또는 언젠가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것인데도 (청년반장으로 참여하기 전에는) 그렇지 않게 느껴졌다. 내 일처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

 

천 : 청년네트워크 활동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까닭으로 청년활동을 하게 된 것인가?

김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안 갔다. 1년 동안 놀다가 21살이 되면 친구와 서울에 가서 살자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올라왔다. 올라와서 지내보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기는 싫었다. 친구가 마을 청년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소개를 해주었다. 아르바이트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

 

천 : 4년 째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적성에도 맞았나보다.

김 : (활동하는 동안) 했던 일들이 조금씩 다 다르다.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도 일해 봤고 청년에 초점에 둔 사업도 해보았다. 뉴딜 일자리 사업을 할 때 느낀 점인데, 그 당시 아직 청년을 품을 준비가 되지 않은 마을도 많았다. 그 때는 일할 때 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과도기를 잘 지나서 ‘버전2’가 필요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는 활동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후속 연계까지도 원활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다. (프로그램들이) 진짜 청년을 위한 것인지도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 때는 재미있고 보람차기보다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때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몸으로 우선 부딪혀보는 식이었다. 그렇게 익힌 노하우들이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천 : 청년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김 : 플리마켓 기획을 추진하던 때인데, 사업비도 없고 가지고 있는 장비도 없어서 주변에 있는 고물상에서 리어카를 빌렸다. 동 주민 센터에 가서 이젤 같은 것도 빌렸다. 같이 일하는 언니랑 리어카를 끌고 가서 이젤, 파라솔을 실어와 행사장에 직접 옮기기도 했다. 요즘은 그때의 노하우가 남아 있다. 누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이때는 이렇게 옮기면 인쇄소도 단골집이 생기는 그런 과정들이 다 학습이고 성장인 것 같다.

 

천 : 반상회에서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김 : 반상회 공간에 ‘봉봉’을 설치했다. 어색함을 깨보자는 취지였다. 가로, 세로 각각 150cm짜리 3개를 실내에 설치했다. 음… 아직은 아무도 안 뛰고 있다. 당장은 실패했지만 조만간 구성원들이 와서 자유롭게 뛰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반상회가 끝나고 소감나누기를 할 때, 한 분은 ‘딱딱했다, 회의 같았다’고 피드백을 하신 반면 ‘맨날 집에서 천장보고 얘기하다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고 온기를 느껴서 좋았다’는 피드백도 나왔다. 이런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실 때 보람과 가능성을 느낀다. 딱딱한 분위기를 깨고 친근감을 형성하고 싶다. 시행착오를 겪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과정으로서 의의가 있고 성장하는 느낌도 든다.

 

천: 현재 광진구 권역 반상회는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나?

김 : 한 주에 회의 한 번, 반상회 한 번. 이제 소모임이 형성되면 비정기적으로도 많이 모이고 싶다. 자랑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최초라는 점이다. 최초의 지역 청년 반상회라는 점! 8분이 지난번에 오셨고, 다음번에는 5분 정도는 오실 것 같다. 기자분도 꼭 한 번 놀러 왔으면 좋겠다. (웃음)

 

천 : 반상회에서 반장의 주요 역할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김 : 낯가리지 않고 말 많이 걸기, 그런 거일 것 같다.

 

천 : 청년반장으로서 겪는 고충도 있을 것 같다. 현장에서 겪는 애로 사항이나.

김 : 지난 첫 반상회 때는 센터 차원에서 매니저 분들이 꽤 많이 오셨다. 물론 첫 회라서 충분히 감안할 수 있지만 수급자 분들이 조금 낯설어하긴 했던 것 같다. 관계자와 참여자 구도가 극명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다음 회의부터는 의자, 책상 없이 다 같이 바닥에 앉는 식으로 분위기 전환을 해볼 것이다. 지난 회의에 오신 분 중에는 청년활동지원금 자체만 궁금해서 오신 분들이 계셨던 것 같다. (궁금증이) 해소가 다 됐는지도 모르겠고. 바쁜 분들인데 시간 내시게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걱정스러운 부분이긴 하다

 

천 : 어슬렁 반상회가 유지될 수 있는 모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 구성원들이 필요성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지속해야 할 필요성.

 

천 : 어떻게 가능할까?

김 :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구성원들끼리 우선적으로 친해져서 잘 지내다보면 저절로 풀릴까.

 

천 : 구체적 대안 제시를 위해 반상회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김 : 음, 어렵다. 그 분들이 그동안 보내온 시간이 잘못되었다, 매몰비용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그분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 (반상 회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렇게 대안을 시도하고 만족하고 있는 데 혹시나 회의에 가득찬 분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고 제시해드리고 싶다. ‘이런 것도 있어요. 요새 즐겁답니다. 저 이렇게 살아보고 있어요. 이런 느낌? (웃음) 가령 기획 중인 송년회에 열 분이 오신다면, 한 분이라도 ‘이런 일은 어떻게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해요?’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면 성공했다고 본다.

 

천 : 앞으로 반상회에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을까?

김 : 반상회 행사에 참여한 열 분 중 한 분이라도 이 활동을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가지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반상회에서 친해져서 심심할 때 밥이나 술 한 잔 하자고 불러낼 정도로 구성원들이 친해졌으면 하는 것도 내 바람이다. 힘들 때 같이 화내고 욕도 하고 좋은 일은 같이 하는 사람들이 남았으면 한다. 꼭 청년활동지원금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좋아서 오는 그런 반상회가 됐으면 한다.

 

천 : 반상회에서는 보통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나?

김 :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청년활동지원금 관련 질문과 답변이기는 했다. 어느 정도 해소하고 가신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급될 것인지, 왜 정지된 것인지, 정지되면서 받은 것은 다시 반환해야하는지, 증빙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소상한 얘기가 나왔고 답변되었다. 지급 받은 수당을 어디에 쓰는지도 얘기가 나왔다. 학원비, 교통비로 많이 쓰시는 것 같았다. 식비로 쓰셔도 된다고도 했다. 보통은 학원비로 많이 쓰시는 것 같았다.

 

천 :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 : 허세파티 한번 추진해보고 싶다. 강동팟을 벤치마킹해서 답사도 같이 다녀보고 싶다. 옥상에 빔을 설치해서 다 같이 결정한 영상을 틀어서 보는 것도 해보고 싶다. 더 추워지기 전에 하소연 대회도 해보고 싶다. 아예 다른 시의 협동조합이나 청년활동모임에도 놀러가 보고 싶다.

 

천 : 반상회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청년들이 널리 참여하는 플랫폼, 공동체로 자리 잡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 : 반상회뿐만 아니라 다른 행사를 할 때도 대학교와 연계를 해보아야할 것 같다. 광진구 대신 전해드립니다 같은 페이지에 홍보도 해볼 생각이다. 포스터를 인쇄해서 옥외에 붙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천 : 본인의 언어로 반상회를 정의한다면?

김 : 그 길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저당 잡히지 말자. 지금의 불행은 묵인하지 말자.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 확신할 수 없는 행복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 행복을 포기하지 말자. 이런 가치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

 

천 : 지금까지 이 길을 지탱하게 해주는 이유가 있나?

김 : 이 일이 나랑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들을 실천하면서 살기에는 이 길이 가장 적합하겠다는 확신이 선다. 자아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실현은 안 된 것 같다. (웃음)

 

천 : 가치들?

김 : 다들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다 같이 잘 살자. 그럴 수 있다. 여기서 일하는 것이 말도 행동도 자유롭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좀 적게 일하면서(웃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수평적인 분위기, 더불어 같이 잘 살 수 있고 그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제가 중요시하는 가치들이다.

 

천 : 향후 청년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띄어야 할까?

김 : 청년수당 정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청년의회’가 한 역할에 주목하고 싶다. 이 청년의회가 없었다면 청년활동지원금이 나왔을까 싶다. 듣기로는 소수의 청년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서 나온 정책이라 들었다. 이런 자리, 시스템이 계속 발전하고 늘어나야 한다. 또한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자신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청년들이 해야 된다고 본다. 따라서 교육이 중요하다. 청소년기부터 정책참여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성년이 되어서 가지는 개인의 투표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개인 권리 행사의 성격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지금 만들어지는 정책들이 청년에 초점을 맞추어지기보다 투표율이 높은 층을 위한 정책들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에 없던 청년수당 정책이 고안되고 실제 실행되는 것처럼 반값등록금 역시 결코 허상이 아니라는 점 역시 청년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천 : 보다 실감나고 생생한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김 : 바로 그렇다. 청년들이 연대한 경험, 연대해서 이룬 성취들, 연대해야 될 필요성을 교육하는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을 유예하고 지금 당장의 불행은 참고 견디는 것이 거룩한 20대의 초상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기분을 느끼고, 알려고 하는 것이 왠지 나태하고 죄스러울 지경이다. 이렇게도 살 수 있다, 다르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어슬렁 반상회가 답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행복을 유예하고 있던 당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아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외부 시선에 묶여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머리를 맞대어 보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는 자리이다. 천장만 바라보다 사람의 온기가 문득 그리울 때, 막상 지인과 가족들을 불러내기는 애매할 때, 감정의 해소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지친 일상으로 되돌아가더라도 한번쯤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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