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단

 

연애 어떻게 하죠? 청년, 연애를 묻다.

 

2016.10.15  청년기자단 푸를래  이희태 기자 essepilee@gmail.com

 

15일 토요일 신촌. 불금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아침이었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가 담배꽁초를 무심히 지나치고 술집 앞에선 네 명의 남녀가 집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씨름하는, 모두가 아직 덜 깬 이른 시간에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또라이양성소에는 ‘사랑이 뭘까’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참여자인 김인영 씨(가명)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 그냥 당연시 여기던 사랑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고, 또 다른 관점을 배움으로써 사랑에 대한 지평을 열고 싶다”며 강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의를 맡은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기관 센터장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픽업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연애에 무조건 통하는 기술은 없다는 것을, 연애나 사랑은 상대적이란 것을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는데, 왜 연애에 집착하고 기술까지 배우려들까. 이러한 경향은 우리 사회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강사의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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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구름 같은 환상적인 것, 사랑과 연애

성(性)교육의 부재 속에 인터넷으로, 아이돌 가수의 노래 가사로 사랑과 성(性)을 배우는 청소년들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닌 환상을 가득 안고 성인이 된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주입받은 청년들은 사랑이란 아름다운 것이며 좋은 것이라는, 한없는 긍정의 핑크빛 채색으로 물든 사랑을 향유한다.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참여자 김송환 씨는 “사랑은 달달한 것”이라고 답했다.

평소보다 웃음이 많고 밝은 얼굴한 사람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요즘 연애하니?’하며 묻고, 표정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그러니까 연애라도 해'라고 조언한다. 우리 사회는 연애를 강권하는 사회이고, 연애를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연애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사회이다. 그 과정에 연애에 대한 교육은 없다. 저마다의 충족될 리 없는 환상 속에 위험한 연애가 시작된다.

 

위험한 연애는 역설적으로 사랑의 핑크빛 환상 위에 시작된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 헤어진 사이에 대한 도덕적 비난 등…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 들이다. 데이트 폭력은 지난 한 해 신고된 것만 칠천 건으로, 한국여성의전화가 9월 21일 조사한 데이트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여성의 3분의 1이 폭력을 경험해 봤다고 답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성들은 폭력을 경험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 신고를 꺼리고 있었으며, 특히 연애 상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 선택이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도 보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여자처럼 굴지마라, 고백은 남자가 하는 것이다 등… 연애와 사랑에 대한 관념들은 스토킹에 대한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흔히 듣는 변명은 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관념의 역습인 것이다.

연애는 사회의 영향 속에 있다. 사랑을 더 이상 핑크빛 환상 위에 구름처럼 띄워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문제, 당사자의 문제로 여겨지던 가정폭력의 데자뷔(Deja-vu)가 데이트 폭력에서 느껴지는 건 단순한 착시일까?

 

사랑을 사회적 영역으로 끌어내리자

그런 의미에서 과거 개그콘서트의 유명 코너였던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구호 ’여성들이 밥을 사는 그날까지'는 지금도 유효하고 더욱 의미심장하다. 물론 여성이 밥을 아직 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해당 코너의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커피는 내가 샀는데 쿠폰은 여성이 찍는다.’라든가 ‘명품가방을 선물했더니 십자수를 산다.’라는 말들은 연애에 있어 물질적 불균형이 왜 존재하며, 그럼에도 어떻게 연애가 유지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유머는 늘 사회문제를 우회적으로 담게 되는데 그것들은 우리를 쓰리게 찌른다. 소개팅을 주선하면 남자의 질문은 늘 하나로 귀결 된다는 것. “그래서, 예뻐?”

예쁜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를 비롯한 성적 매력이 바로 여성과 남성 간의 연애에서 물질적 불균형의 저울 위에 올라간다는 것이다. 불균형을 맞추는 것이 여성의 성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결론이다.

 

진정한 연애를 위해 환상에서 삶으로, 혼자 꾸는 꿈에서 소통하는 현실로

이 같은 구도와 저울 위에서 우리는 진정한 연애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성은 여성의 성을 소비하고 있지는 않나? 여성은 자신의 성이 소비되는 현 체계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진 않았나?

참여자인 김인영 씨는 강의가 끝난 뒤 자신의 경우를 돌아보며 “감정을 나누기보다는 소비에 치우친 것 같다.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면 서로의 욕구와 마지노선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서로의 욕구와 제한선을 공유하는 것, 그건 연애의 일상화를 위한 출발점이 아닐까?

우리 청년들은 사랑을 가린 환상의 구름을 걷어내고 사랑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인가부터 연애에 대한 대화는 어딜 갔다든지, 무엇을 했다든지, 무엇을 먹었다든지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게 되었다. 소비가 연애를 대표할 수 있는가? 이제는 어떨 때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네가 하지 않았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마음 편히 나누자. 연애는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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