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단

축구를 꿈꾸는 청년들의 디딤돌, TNT FC 그리고 김태륭

 

2016.10.19  청년기자단 푸를래  신원식 기자 boyshin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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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만난 김태륭 위원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사진 = 신원식 기자)

압구정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륭 해설위원(33・KBS, SPOTV 해설위원)은 다부졌다. 30대 중반의 은퇴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체격이었다. 연이은 새벽 중계로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그는 밝은 모습으로 악수를 건넸다.

축구팬들에게 ‘김태륭’이라는 이름은 이제 낯설지 않다. 김 위원은 현재 해외축구 중계를 하고 있으며 다수의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스포츠 칼럼에서도 그의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TNT FC의 총감독까지 역임하는 김 위원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해보였다.

TNT FC는 국내 유일의 독립구단이다. 프로 진출에 실패하거나 나아갈 길을 잃은 축구계의 청년들이 소속되어 재기를 준비하는 팀이다. 운동선수는 단 며칠이라도 운동을 쉬면 몸의 밸런스가 깨진다. 운동의 흐름을 놓친 선수들에게 TNT FC와 같은 팀은 절실하다. 김 위원에게도 TNT FC는 특히 애정이 가는 곳이다.

“우리 팀 이야기 쓰신다고 하신다고 해서 어떻게든 시간 냈어요. 감사해요.”

김태륭 위원이 들려주는 TNT FC 그리고 축구계의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본다.

 

TNT FC, 청년들의 발판이 되다

 

Q. TNT FC의 탄생 스토리가 궁금하다.

“TNT FC는 2000년 4월에 만들어졌다. 그때(2000년 당시)는 지역 동호회 아마추어 팀에 불과했다. 16년이 흘렀고, 지금의 규모만큼 커졌다. 내가 TNT FC에 들어간 것은 2001년 여름이다. 창단멤버는 아니었다.”

Q. TNT FC는 FA컵에 출전할 만큼 내공이 있는 팀이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모인 아마추어 팀에서 선수들의 재기를 돕는 구단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선수들의 재기를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다. 그 작업이 이뤄진지는 이제 2년째다. 2012년쯤부터 지금의 시스템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TNT FC의 원년 멤버들이 팀으로 돌아와 중심을 잡아줬다. 축구에 목적이 있는 선수라면 고등학생 때 혹은 대학생 때 축구를 그만 둔 어린 친구들도 팀에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박정훈이라는 선수가 팀에 들어왔고 재기에 성공한 1호 선수가 되면서 우리의 철학이 바뀌기 시작했다.”

Q. 아마추어 구단에서 프로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12명의 선수가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현재 우리 팀의 목표는 리그 우승이 아니다. 물론 이기면 좋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 개개인의 재기를 돕는 것이다.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을 실시하려는 이유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훈련의 양을 프로팀과 똑같이 한다. 전술적인 실험도 많이 한다. 포메이션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선수들의 포지션을 파격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훈련 방식에 변화를 주면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단지 리그 성적을 중요시하고, 운동에만 매진하는 팀에서는 이런 경험을 하기가 어렵다. 프로 데뷔 과정에서 따로 에이전트가 없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나서서 프로팀을 알아봐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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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FC는 매주 5~6회 훈련을 진행한다. 아마추어 팀이지만 훈련양은 프로팀에 뒤처지지 않는다. (사진 = TNT FC 제공)

 

Q. 언론에서도 TNT FC를 주목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입단을 원하는 선수들도 더욱 많아졌을 것 같다. 선수 선발기준이 궁금하다.

“정원은 30명으로 유지한다. 선수들이 재기에 성공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나가면 결원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보충하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프로필을 받아본 뒤 몸 상태를 체크한다. 뽑는 사람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뽑히는 선수들의 입장도 중요하다. 선수도 팀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아마 이번 겨울에도 K리그가 끝나면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들이 TNT FC로 찾아올 것이다. 올해부터는 인터뷰 면접도 실시할 예정이다. 대화를 통해 선수의 생각이나 포부를 들어볼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다. 우리는 모두 프로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절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로가 되기 위한 몸과 마음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끼리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입단을 원하는 선수라면 전부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TNT FC 같은 팀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프로선수만이 정답은 아니다

 

Q. 실력이나 경험 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선수들일 텐데, 그런 선수들을 프로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조금 색다른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선수들이 각종 테스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기술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체력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나도 선수들을 뽑아봤지만 그냥 ‘적당히’ 잘해서는 프로팀에서 뽑아주지 않는다. 폭발적인 모습, 특히 체력에서 튀어야 한다. TNT FC의 훈련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처럼 많이 뛰는 축구를 하되,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남은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몸 관리를 한다면 빠른 시간에 재기에 성공한다. (TNT FC의 선수들은) 우리 팀에 오래 있을 선수들이 아니다. 얼른 프로로 가야지.”

Q. TNT FC 선수들 중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진출하는 선수들도 꽤 많다. 국내 K리그나 유럽이 아닌 동남아로 진출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동남아 리그는 나라마다 차이가 굉장히 크다. 태국의 경우 1부 리그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K리그 출신 선수들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닐 정도로 성장했다. 태국처럼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리그라면 동남아라도 괜찮다. 충분히 K리그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프로팀에 소속돼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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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진출의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TNT FC의 선수들은 같은 꿈을 꾸며 호흡한다. (사진 = TNT FC 제공)

 

Q. 축구 하나만 바라보며 뛰고 있는 청춘들이 많다. 하지만 모두 프로 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축구 이외의 다른 일에 적응하기도 어렵다. 축구계에서 길 잃은 청년들에게 어떤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프로에서 오래 뛴 선수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정말 평생 축구만을 했는데,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많이들 한다. 안타깝게도 당장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장 무난한 대안이 지도자 코스인데, 학원축구 지도자마저도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어렵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대비하고 또 공부해야한다. 축구만 바라보고 살 것이 아니라, 축구 이외의 분야에서도 흥미를 찾아야 한다. 선수들이 공부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보고 뉴스라도 챙겨보면 그게 공부다. 세상의 흐름을 알고, 흥밋거리가 생기면 축구와 얼마든지 연결시켜서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성공 케이스를 많이 봤다. 자신이 어느 분야에 최선을 다했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축구를 시작한 청년들이 프로선수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Q. 모 포털사이트에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는 비율은 0.8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것으로 안다. 나머지 99퍼센트의 선수들은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닌 것 같다.

“결국 문제는 교육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축구계는 현재 엘리트 시스템에서 클럽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다. 아직 엘리트 시스템의 부작용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한국 축구는 너무 빠른 속도로 급성장했다. 축구를 시작하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내 자식이 모두 ‘리오넬 메시’가 될 수는 없다. 0.8%만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축구를 하더라도 선수의 길 만을 고집하도록 강압해선 안 된다. 선수가 되고 말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역량에 달렸다. 대신 선수가 아니더라도 다른 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절실한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팀, TNT FC

 

Q. 다시 TNT FC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팀에서 재기에 성공한 1호 선수인 박정훈(28고양 자이크로 FC)선수가 궁금하다.

“정훈이는 학창시절부터 상위권에 속했다. 전북 현대모터스에 1순위로 지명됐고, 프로에서도 곧잘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결국 프로팀과 재계약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정훈이가 소개를 통해 TNT FC로 들어왔다. 정훈이를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다. 훈련마다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하더라. 그리고 어떤 팀을 만나도 최선을 다했다.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하는 날도 건성으로 뛰는 법이 없었다. 정훈이를 보며 금방 프로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에이전트가 없던 정훈이를 위해 직접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필을 돌렸고, 입단 테스트를 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때부터 TNT FC에서 선수들의 재기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과도기에 있는 선수들을 다시 프로팀으로 보내기 위한 발판이 되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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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FC에서 성공적으로 프로로 복귀한 박정훈(28・고양 자이크로 FC)선수 (사진 = TNT FC 제공)

 

Q. 최근에 많은 기업과 MOU를 연달아 맺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스폰서를 구하나?

“대부분 직접 뛰어서 계약을 맺게 된 스폰서들이지만, 간혹 먼저 도와주겠다는 연락을 해오는 기업들도 있다. 재정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한 예로 청스컴퍼니라는 기업과 MOU를 맺고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내 자신이 개인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더 많은 후원업체도 찾아 뛰어다닐 텐데 늘 아쉽다. 대신 시간이 부족한 만큼 현재 우리 팀을 도와주는 분들과 재계약을 하는 데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그분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Q. TNT FC의 예산 중 부족한 부분은 스태프들이 사비로 충당한다고 들었다. 취지는 좋지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TNT FC의 1년 예산은 3,000만원이 넘는다. 선수들에게 받는 연회비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돈이 필요할 땐 사비로 충당한다. 나를 비롯한 다른 스태프들이 개인 비용을 들이는 것이다. 한 번은 아내가 통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더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스폰서를 찾아다녔다.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따르는 일이긴 한다. 하지만 보람도 상당하다. 선수들에게 TNT FC와 같은 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새벽 중계로 밤을 새고서도 운동장에 나가면 힘이 난다. 또한 감독으로서 현장의 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해설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모 방송국에서 TNT FC에 대해 다루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방송에 나가면 아마 앞으로 후원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Q. 협회가 디비전 시스템(프로 축구와 아마추어 축구를 아우르는 한국형 승강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아마추어 구단이지만 TNT FC의 실력이라면 디비전에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디비전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팀은 독립구단으로 존재할 때 의미가 있다. 또 그게 더 매력적이다. 디비전으로 가게 되면 선수들의 재기를 돕는데 한계가 생긴다. 선수들의 실력은 충분히 디비전에 진출할 정도이지만 구단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독립구단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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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FC의 슬로건은 ‘같이의 가치’다. (사진 = TNT FC 제공)

 

축구선수, 코치, 감독, 해설위원 등… ‘김태륭’이라는 이름에는 다양한 이력이 따라온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이는 김태륭 위원에게 최종목표를 물었다.

“해설은 60살까지 하고 싶다. 그리고 감독은 70살까지 하고 싶다. TNT FC는 나와 함께 이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것이다.”

지금 손 안에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TNT FC만큼은 가장 마지막으로 손에서 놓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축구와 축구를 꿈꾸는 청년들을 생각하는 뜨거운 울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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